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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학관/도서관

꽃을 위한 서시

 

 

 

나는 시방 위험(危險)한 짐승이다.

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

미지(未知)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.

 

존재(存在)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

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.

 

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(無名)의 어둠에

추억(追憶)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

나는 한밤내 운다.

 

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

탑(塔)을 흔들다가

돌에까지 스미면 금(金)이 될 것이다.

 

……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(新婦)여.

 

 

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

 

 

 

 

 

너는 시인 꽃을 좋아한다고 했다.

나는 그 꽃을 위한 시를 찾았고 여기 있다.

그럼에도 나는 꽃을 부르지 못하였고, 닿지 못하였다.

잘가라. 이름 모를 꽃이여.

 

한때 김춘수의 꽃과, 어린왕자의 꽃, 그리고 여우를 같은 의미로 파악한 적이있었다. 이렇게 다른 것을...

아무튼. 그렇더라.

이 수많은 꽃이 내 뜰안에 있다한들 한닢도 헤아리지 못하는데. 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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